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이자 최근 몇 년간 세계 축구에서 가장 강한 팀인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시티.
그런데 올 시즌은 흐름이 썩 좋지 않다.
최근 A매치 휴식기가 있기 직전, 펩의 맨시티는 모든 대회를 통틀어 4연패라는, 펩이 이끄는 팀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굉장히 이례적인 부진을 겪고 있다.
한 대회에서 4연패가 아니라는 건 어찌보면 다행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간에 2주간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는 건 당연히 팀의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다.
심지어 펩이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맨시티로 오면서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던 일이라니 더욱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문제를 펩이 겪고 있다는 거다.
(물론 감독 생활을 20년 가까이 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다는 것도 대단하다...)
시작은 누가 뭐래도 로드리의 부상이다.
9월에 일찍이 장기 부상을 당해서 팀을 이탈해버린 로드리는 자타공인 현재 펩의 전술적 핵심인 선수다.
과르디올라의 팀에서 항상 가장 중요했던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했던 선수다.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그게 부스케츠였고, 바이에른에서는 티아고 알칸타라가 그 자리를 지켰다.
펩의 맨시티 초기에는 페르난지뉴가 그 역할을 수행했고, 최근 몇 년간은 로드리가 그 중심이다.
특히나 펩에게 이 자리의 선수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해야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원래도 펩은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다양하고 수준 높은 능력을 요구한다.
윙어, 수비수, 미드필더, 스트라이커에 골키퍼까지, 펩은 어느 한 포지션도 단순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여러가지 역할을 수준급으로 해내길 요구한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과르디올라가 충분한 자본을 갖춘 팀에서만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비판 아닌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 그런 펩이기에, 최상급의 팀을 또 다른 레벨로 올려줄 수 있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감독이기도 하다.
로드리가 해야할 일은 많다.
누구보다도 안정적인 빌드업을 추구하는 펩의 시스템에서 정중앙에 위치해, 전후좌우 가릴 것 없이 계속해서 볼을 배급해야 한다.
공격진영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길이 보이지 않으면 맨시티의 공격수들은 볼을 다시 뒤로 내주게 되는데 이때 공을 받아 새로운 길을 찾아 다시 패스를 공급해야 하는 것이 로드리다.
2명, 많게는 3명의 압박을 견뎌내면서 그 역할을 해내야한다.
또 맨시티의 수비라인은 굉장히 높이 형성되기 때문에 역습에 취약하다.
이때 상대의 역습을 미리 한 템포라도 끊어놓고, 맨시티의 선수들이 수비 진영을 갖출 시간을 벌어줘야하는 것도 로드리다.
상대의 역습 루트를 예측해서 패스를 아예 끊어내던가, 공격수가 볼을 잡더라도 바로 달리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해야한다.
이 때 어설프게 압박을 하게 되면 더 많은 공간을 열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확실하고 단단하게 수비를 해야한다.
또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는 박스 앞까지 직접 올라가서 중거리 슛도 해줘야한다.
킥이 또 좋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로드리가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는 경기가 정말 많다.
그런 로드리가 빠졌다.
물론 펩은 여러가지 대책을 세워서 대응해왔다.
로드리라는 유닛을 1대1로 완벽히 대체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이건 로드리 뿐만 아니라 웬만한 핵심이라 불리는 선수들은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여러 선수들이 그 선수의 역할을 나눠서 수행하는 방법으로 펩은 그동안 대처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꽤 잘됐다.
물론 로드리가 있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강팀과는 최소한 무승부, 잡아야할 팀은 그래도 확실하게 잡으면서 버텨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로드리 외에 주전 선수들도 부상으로 경기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워커, 그바르디올, 스톤스, 디아스, 아칸지, 아케 등 일단 수비진이 번갈아가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최근에는 유스 선수가 콜업되어 선발로 뛰고 있었다.
공격진도 필 포든, 데브라이너, 그릴리쉬 등이 부상을 번갈아 당하면서 공격진의 다양성이 줄어들었다.
유스 출신 오스카 밥과 리코 루이스가 이 틈을 타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이들마저도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단을 이탈해버렸다.
아무리 맨시티고 아무리 펩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주전 선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탈해버리면 대안을 찾기 어렵다.
그렇게 시스템이 붕괴된 맨시티는 4연패라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11월 A매치 휴식기를 맞이했다.
그나마 맨시티에게 다행인 점은 휴식기가 와서 안좋았던 흐름을 잠시 끊음과 동시에, 부상자들이 일부 복귀하며 다시 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남은 일주일 간 얼마나 부상 선수들이 더 복귀하고, 준비되느냐에 따라 다음 경기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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