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팀을 꼽으라면 단연코 바르셀로나다.
한지 플릭 감독이 올해 여름에 팀에 부임한 이후, 지구상에 그 어떤 팀보다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지금까지 수비, 공격 모든 방면에서 사실 약점이 잘 안보인다.
그만큼 강력하고 완전하다.
한지 플릭이 부임한다고 했을 때 바르셀로나 팬들은 엄청 환영하지는 못했을거다
그도 그럴 것이, 물론 바이에른 뮌헨에서 임시감독을 맡아 그 시즌에 곧바로 6관왕을 달성하는 말도 안되는 업적을 세우긴 했지만, 그 이후 지휘봉을 잡았던 독일 국가대표팀에서는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릭 감독은 그런 우려를 씻어버리면서 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레알 마드리드를 누르고 라리가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그리고 경기 내용도 좋다.
가장 먼저 얘기할 건 바르셀로나의 스쿼드 개편이다.
직전 감독이었던 차비 감독 하에 바르셀로나 스쿼드는 솔직히 나쁘지 않았지만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물론 가비 등 핵심 선수들의 장기 부상도 당연히 영향이 있겠지만, 그 외에도 경기력 자체가 답답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번 시즌은 우선 가장 큰 변화가 유스 출신들의 콜업이다.
널리 알려진 바르셀로나의 유스 아카데미인 라 마시아는 사실 전 유럽에 최상위 리그 선수들을 배출하는 주요 공급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상위권 실력의 선수들이 바르셀로나 1군 주전의 선택을 받고, 그게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던 게 메시, 부스케츠, 이니에스타, 차비 등이었다.
아직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난 몇년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즌 유독 많은 수의 유스 선수들이 1군 무대로 부름을 받았다.
수비의 쿠바르시, 제라르 마르틴, 미들의 카사도, 로페즈, 베르날, 그리고 공격의 야말까지.
야말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스타덤에 오른 선수가 됐지만, 위의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수비라인이 광장히, 탄탄함과는 좀 다른 공격적인 수비로 변했다.
특히나 과감한 오프사이드 트랩을 아주 정교히게 활용한다.
수비진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속도가 빠른 센터백인 로날드 아라우호, 크리스텐센 등이 스쿼드에서 제외됐음에도 플릭 감독은 수비라인을 굉장히 높게 유지하는데, 큰 리스크를 지고 있음에도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건 라인 컨트롤을 그만큼 세심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덕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당연히 높은 라인에서 더 다이렉트하고 공격적인 빌드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영입된 베테랑 수비수 이니고 마르티네스는 사실 느린 주력 때문에 이런 높은 라인에 적절하진 않다.
그런데 이 높은 라인이 정확하게 관리만 된다면, 이니고의 장점인 부드러운 패스를 이용한 빌드업을 강화할 수 있다.
지금은 그게 된다.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카사도와 페드리도 매우 안정적이다.
부스케츠의 이탈 이후 차비 감독은 그 자리를 사실 그대로 대체하려 했다.
프렝키 더용, 가비, 나중에는 크리스텐센까지 여러 선수들을 번갈아 기용해봤지만 뚜렷하게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그럴 수 밖에.
부스케츠는 1대1로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빠른 판단, 정확한 패스, 섬세한 터치, 유려한 탈압박, 뛰어난 예측력.
지금 맨시티의 로드리가 그렇듯, 부스케츠는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바르셀로나의 중심에서 대체가 불가능했다.
플릭은 과감하게 부스케츠를 대체하기를 포기했다.
대신 카사도와 페드리를 이용해서 새로운 판을 짰고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했다.
카사도는 수비라인을 보호하고, 일차적인 패스를 방출해주면 된다.
페드리는 계속 움직이면서 주변 선수들을 이용해 패스를 주고 받고 전진하면 된다.
또 기본적으로 라마시아의 가치관이 몸에 베어 있는 선수들이기에 어려운 미션도 아니다.
(물론 페드리는 라마시아 출신은 아니지만)
덕분에 중원이 안정화 됐다.
마지막은 누가 뭐래도 이번 시즌, 플릭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수훈갑이자 중심인 선수, 하피냐다.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환상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바르셀로나로 넘어갔던 하피냐는 사실 그 스타일에 제대로 적응하진 못했다.
우측에서 왼발잡이 인버티드 윙어로 뛰면서 상대 수비라인을 뛰어난 드리블로 흔들었던, 말 그대로 리즈 시절의 하피냐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주변 동료들을 좀 더 이용하고, 조금은 느린 템포로 경기를 풀어가기를 바라는 차비 감독의 시스템에 하피냐는 어색해하는 느낌이었고, 그러다보니 덩달아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자리를 일단 왼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역할은 터치라인으로 넓게 뛰는 클래식한 윙어가 아닌, 하프스페이스에서 플레이메이킹과 침투를 가져가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다.
그리고 플릭 감독의 시스템이 조금 더 직선적이고, 템포가 빠른 상황이 오히려 하피냐에게는 최적의 환경이 주어졌다.
빠르게 전개가 되기 때문에 하피냐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선택지가 넓어졌고, 그의 브라질리언 소울이 마음껏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세계 최고의 완성형 스트라이커인 레반도프스키가 있고, 라 마시아의 또다른 걸작 라민 야말이 있다.
이 효과는 기록으로 나타난다.
레반도프스키는 리그 13경기 14골 2도움.
하피냐는 리그 13경기 7골 6도움.
야말은 12경기 5골 7도움.
더 설명이 필요할까.
시즌 중반이 다가오고 넘어갈수록 이제 플릭의 시스템에 대한 대응책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나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레알 소시에다드전에서 이미 수비라인이 뚫리면서, 그리고 공격진이 꽁꽁 묶이면서 꽤 무력한 패배를 당했다.
이제 슬슬 갖춰진 시스템에 약간씩 변주를 주며 흐름을 가져가야할 때다.
아마 한지 플릭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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