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잉글랜드 무대에서 새로운 기록들을 써내려가고 있는 현 시점 최강팀, 맨체스터 시티다.
올 시즌도 또다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프리미어리그 4연패라는 기록을 성공시켰다.
시즌 최종전인 FA컵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약간의 찜찜함을 남기긴 했다만, 누구도 맨시티가 좋지 않을 시즌을 보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맨시티의 여름은 꽤 많은 변화를 가졌던 편이다.
실력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부상이 잦아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한 아이메릭 라포르트와 이제는 나이가 찬 EPL 올해의 선수 출신, 리야드 마레즈를 사우디로 이적시켰다.
팀의 레전드로 불릴만한 선수 일카이 귄도안과 지난 시즌 내내 팀 안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주앙 칸셀루를 각각 자유계약과 임대로 바르셀로나로 보냈다.
포텐은 확실했지만 너무나 견고한 주전 라인업으로 인해 출장시간을 보장 받을 수 없던 유망주, 콜 파머도 첼시로 보내면서 꽤 많은 선수들을 내보냈던 이적시장이다.
영입은 언제나 그렇듯, 간결하지만 묵직하게 진행됐다.
수비수 역대 최고 이적료 2위를 기록하며, RB 라이프치히에서 요슈코 그바르디올을 데려왔다.
스털링의 빈자리를 채워줄 드리블러, 프랑스 무대에서 화려한 드리블을 선보였던 제레미 도쿠를 영입했으며, 믿고 쓰는 레알산이자 챔피언스리그를 무려 4회나 들어올린 마테오 코바치치를 첼시에서 데려왔다.
그리고 이적 당시에는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돌아봤을 때는 왜 샀었지 싶은 선수도 있는데, 바로 울브스에서 넘어온 포르투갈 신성 마테우스 누네스다.
구단 사상 최초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더불어, 잉글랜드 역사상 두번째 트레블을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지난 시즌에 대비해서 봤을 때, 맨시티의 이번 시즌 시작은 약간 삐그덕거리면서 시작했다.
지난 시즌 FA컵과 리그를 모두 차지했던 맨시티였기 때문에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커뮤니티 쉴드 경기는 직전 시즌 2위, 아스날과의 매치업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맨시티가 졌다.
물론 승부차기에서 승부가 갈렸다만, 시즌 첫 경기를 패배로 시작한 맨시티는 약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슈퍼컵 경기.
"또 다시" 유로파리그의 왕좌에 앉은 세비야와 맞붙었던 경기에서 이번에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뭔가 또 찜찜해진 맨시티다.
두 대회 연속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것, 그중 하나는 심지어 결국 패배하게 된 것은 지난 시즌 트레블 위너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리그컵에서 뉴캐슬에게 패배 후 탈락, 울브스에게 리그 패배, 아스날에게 리그 패배 등을 기록하며 중간중간 미끄러지던 맨시티는 11월~12월 초에 진행했던 일정을 떠올리고 싶진 않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맨시티에게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연속 무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원인은 늘어난 실점이다.
팀 수비라인의 핵심인 후벵 디아스가 "상대적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도 있었고, 그게 원인이 되었는지 폼도 조금씩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하나는 로드리의 유무다.
맨시티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선수라고 하면 대부분의 축구팬들, 전문가들은 로드리를 뽑을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최우선 철학인 후방 빌드업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고, 수비수를 적게 두고 라인을 바짝 올리는 맨시티의 뒷공간을 1차적으로 막아주는 방패가 되어야한다.
내려앉은 상대팀을 뚫어내기 위해 좌우 전환패스는 물론 가능할 땐 직접 키패스를 찔러줄 수도 있어야하고, 그 무엇도 안되고 답답한 상황이 펼쳐질 때는 직접 올라가서 중거리로 클러치 능력을 보여줘야하기도 한다.
그게 로드리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로드리는 본인이 출전한 공식 경기에서 무려 74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했을 정도로 맨시티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한 로드리도 사람인지라 매경기 풀타임 출전할 수는 없다.
그렇게 로드리가 선발에서 제외된 경기에서 맨시티는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하며 무승부, 혹은 패배를 기록했던 것이다.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면 개인적으로는 홀란드.
홀란드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내가 보기엔 이제 맨시티를 상대하는 팀들이 홀란드를 제어하는 방법을 알아차린 것이다.
축구는 전략 싸움이고, 장군과 멍군의 연속이기에 맨시티와 홀란드가 아무리 지난 시즌 강력했다한들 상대팀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홀란드를 제어할 방법을 찾아낸, 특히 중상위권 이상인 팀들은 이제 홀란드를 고립시키면서 득점력을 최대한 감소시켰다.
그로 인해 드러나는 것이 딱봐도 지난해보다 현저하게 줄은 리그 골 수 기록이다.
리그 득점왕을 데뷔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으로 차지한 선수한테 득점력이 감소했다는 말을 하기에는 뭔가 앞뒤가 안맞는것 같다만, 그의 올 시즌 득점 기록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커뮤니티 쉴드 아스날전, UEFA 슈퍼컵 세비야전,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전, 아스톤빌라전, 챔피언스리그 레알마드리드전, FA컵 결승 맨체스터더비 등등, 맨시티가 패배 혹은 무승부를 기록한 이른 바 "빅매치"들에서 홀란드는 공격포인트 침묵을 기록했다.
팀의 득점을 책임져야할 스트라이커가 중요할 때 침묵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맨시티는 맨시티였다.
누군가가 흔들리면 누군가가 영웅이 되어 나타난다.
홀란드가 주춤한 사이, 이번 시즌 맨시티 최고의 에이스는 로드리를 제외하면 필 포든을 꼽아야겠다.
올 시즌 거의 완성형 윙포워드의 모습을 보여줬던 포든이다.
리그에서만 19골에 8개의 어시스트, 공격 역할을 맡은 선수가 패스성공률 90%에 경기당 2개가 넘는 키패스를 기록했다.
측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중앙으로 들어와서 데브라이너, 베르나르두 실바와 자유롭게 스위칭을 가져갔고 때로는 메짤라 역할까지 맡으면서 공을 운반했다.
이 어린 선수가 심지어 맨시티 유스 출신이라는 걸 생각하면 구단과 팬들에게 보물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시즌 초중반까지 비교적 흔들리던 맨시티는 이런 포든과 로드리 등의 활약으로 2024년 들어서 FA컵 결승전 전까지 공식전 무패를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승부에서 탈락했으나 승부차기로 결정되었기에 경기 자체는 공식적으로 무승부다.)
덕분에 치열하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후반기에 잠시 난기류를 만났던 아스날을 승점 2점차이로 따돌리고 또다시 리그를 차지했다.
EPL출범 후 리그의 제왕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경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달성하지 못했던 리그 우승 4연패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강력한 잉글랜드 최강팀의 모습과 그의 약점들까지 모두 드러났던 시즌이다.
다음 시즌 펩 과르디올라는 또 어떤 식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또다시 정점에 올라설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맨체스터 시티의 다음 시즌이다.
'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세기 최초의 메이저 타이틀을 조준하는 삼사자 군단, 유로2024 잉글랜드 (1) | 2024.06.10 |
---|---|
PL 출범 후 최악의 시즌, 2023-20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결산 (1) | 2024.06.08 |
어둠 속의 한줄기 빛, 2023-2024시즌 첼시 결산 (0) | 2024.05.29 |
auf Wiedersehen Jurgen, 2023-2024시즌 리버풀 결산 (0) | 2024.05.23 |
꿈 앞까지 단 한 걸음, 2023-2024시즌 아스날 결산 (1) | 2024.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