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커다란(?) 뉴스로 또 한국 축구가 떠들썩하다.
아시안컵 기간 중 4강 요르단 전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단이 싸웠다고 한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이름이 언급됐고, 그것 때문에 손흥민이 싸움을 말리다가 손가락을 다쳤느니 어쨌느니 말이 많다.
저녁 때는 이강인이 인스타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싸웠던 건 사실인 것 같긴한데, 자세한 내막은 검색해보는 게 빠르다.
중요한 건 싸움의 내막이 아니다.
英언론 충격 폭로! "SON, 이강인 요르단전 전날 다퉜다! 손가락 탈구" → 클린스만호 내분설
英언론 충격 폭로 SON, 이강인 요르단전 전날 다퉜다 손가락 탈구 → 클린스만호 내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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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이런 시점에,
외국 언론사인 더선에서 이런 기사가 제일 먼저 나왔고,
축협이 너무나도 빠르게 그 사실을 인정했다는 게 중요하다.
가면 갈수록 축협의 행보에 소름이 끼친다.
일단 선수들이 싸운 것부터 얘기해보자.
어느 프로팀, 국가대표팀을 가도 선수들 간에 다툼은 일어난다.
20~30대의 혈기왕성한 남자들이 모여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거나 대비할 때 극심한 체력소모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소한 일로도 감정이 격해지기 너무나도 쉬운 환경이다.
의견 차이도 당연히 생긴다. 하물며 가족, 친구들과도 싸우는데 당연히 차이가 있지.
같은 팀이라고 모두가 친한 것도 아니다.
직장 동료들과 모두 친구인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싸움이 일어나는 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거다.
누가 싸가지가 없다느니, 성격이 나쁘다느니 떠드는 건 하등 쓸데없는 이야기다. 그럼 싸울 때는 다 싸가지 없어지고 그러지 누구는 싸울 때 예의차리나?
중요한 건 첫번째, 이런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갔다는 것이다.
선수단 내부에서 싸웠으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사람들은 선수단, 코치진과 기타 대표팀 관계자들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어디서 새어나가서 한국 언론사도 아니고 외국 언론사에서 먼저 얘기한다?
이건 내부 단속을 제대로 못한 협회 및 대표팀 관계자들이 문제다.
혹여나 선수가 얘기했던거라고 해도, 그 정도는 얘기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선수들이 애도 아니고 그렇게 단속시켰는데 안듣고 어디가서 얘기할까?
두번째, 축협이 이 일에 굉장히 빠르게 대응했고 그 대응이 인정이라는 게 어이가 없다.
웬일로 축협이 일을 빠르게 진행한 것은 신기하다.
대표팀의 문제, 감독 거취에 대해서는 일주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고 협희 임원 회의에는 협회장도 참석을 안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이렇게 빨리 진행을 한다?
대응을 빨리하는 건 그럴 수 있다. 아니 늦게하는 것보다 낫다.
괜히 대응이 늦어지면 없는 말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고, 내용이 왜곡될 가능성이 큰건 맞다.
하지만 그걸 그렇게 당당하게 인정하면 안됐다.
싸웠다는 건 인정하되, 다툼이 있었는데 내부에서 해결했다 수준으로 끝냈어야 했다.
굳이 그 내막을 자세하게 누가 어째서 어쨌느니 하는걸 이야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것도 지금처럼 축협과 대표팀에 대한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은 시점에서 말이다.
위에서 말했듯 선수들이 싸우는 건 정말 당연히 있는 일이고 별것도 아닌 일이다.
하지만 굳이 축협이 나서서 이를 인정하며, 그 내막까지 공개하는 건 내가 봤을 때 관심을 여기로 돌리려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
축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도 현재 비난 여론이 축협, 그리고 감독과 회장에게 향하고 있다는 걸 알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 비난의 화살을 선수들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당장 시끌시끌하다.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누가 성격이 안좋다느니 어쩌느니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닌데.
단순하게 생각해서 벤투 감독 시절에 이런 뉴스가 나온 적이 있나?
누가 성격이 안좋은거였으면 그때도 싸우고 기사가 났어야되는 것 아닌가?
지금 선수단이랑 그 당시 선수단이랑 구성원들의 별반 차이도 없다.
달라진 게 뭔지 생각해야한다.
어느 팀이든 불화설 기사는 항상 난다.
맨유도 그랬고, 레알도 그랬고, 뮌헨도 그랬다.
근데 꼭 불화설이 날 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팀이 성적이 안좋을 때다.
(그리고 조금만 팀이 잘하면 귀신같이 쏙 들어간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팀 성적이 안 좋은데 어느 누가 항상 화목할 수가 있을까?
으쌰으쌰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부진이 길어지면 신경이 더 날카로워지는 건 당연하고, 다툼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유독 이럴 때만 언론들은 이런 기삿거리를 물고 내보낸다.
이렇게 자극적인 소재를 어떻게 가만히 두겠어.
게다가 팀도 성적이 안좋으니, 팀을 흔들기는 더 쉽다.
좋은팀의 경우 이럴때는 근거없는 이야기다, 혹은 있었지만 해결됐다, 또는 내부에서 해결 중이다 정도로 대응한다.
외부의 공격을 차단하고 팀의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과 축협은 반대로 가고 있다.
외부에서 더 공격하도록 활로를 열어주고 있는데 그 공격의 대상이 선수들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수들한테 화살을 돌리려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는 것이다.
몇명이나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혹여나 선수들을 비난하고 있었다면 이 글을 읽고 생각을 바꿔줬으면 좋겠다.
지금 대표팀이 직면한 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 윗단이다.
감독과 협회장, 축협이라는 조직에 개편이 필요하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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